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과연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가며, 우리는 점차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있습니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는 세바시 강연에서 AI 시대의 핵심이 바로 '질문하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챗지피티 같은 거대 언어모델이 등장하면서 인간은 처음으로 컴퓨터와 대화하게 되었고, 이는 훈민정음 창제에 필적하는 변화입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 질문의 힘: 생각은 대화이고, 대화는 질문이다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박용후는 "머릿속으로 나랑 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며, 그 생각들은 모두 질문 형태를 띱니다. "우리 애를 유학에 보낼까?", "밥을 뭘 먹을까?" 같은 일상적인 고민부터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모든 생각은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회장은 박용후에게 영화 [올드보이]를 언급하며 중요한 통찰을 전했습니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20년 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 배우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뭐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한 거다. 왜냐면은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지."
AI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뭘 질문할지 모르고, 어떻게 질문할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챗 캐릭터 AI 같은 앱에서 스티브 잡스나 소크라테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무엇을 물어볼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나훈아 선생님이 "테스형, 세상이 왜 그러냐"고 물었던 것처럼, 이제는 누구에게나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할 내용이 없다면 이 모든 기술은 무용지물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이 나세요? 생각이 드세요? 생각을 하세요?"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셋 중 하나를 고릅니다. 세 개를 주면 무조건 고르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입니다. 철학을 객관식으로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입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왜 풀어야 하지?"라고 반문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푸는 것에 익숙합니다.
## 언어와 인식: 질문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언어는 존재의 집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언어로 인식하고, 언어로 기억하고, 언어로 생각합니다." LLM(Large Language Model)이 혁신적인 이유는 바로 이 언어의 본질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신경망 이론에 언어를 거꾸로 집어넣고 변수를 늘리자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충청도 사람들의 언어 습관은 역사와 정서를 반영합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사이에서 정권이 바뀌며 살아남기 위해 "그쪽 편이에요"라고 대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신호등 앞에서 가지 않는 차에게 서울 사람들은 빵빵 경적을 울리지만, 충청도에서는 창문을 열고 "맘에 드는 색깔이 없는 거야?"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이처럼 언어는 생활과 연결되어 있고,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질문의 방향을 바꾸면 생각이 바뀝니다. 회사에서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일까?"라고 자문하면, "저런 인간이 우리 회사에 있어"라고 불평하던 시선이 달라집니다. "김 과장, 왜 프로젝트 실패했어? 경위서 써"라고 추궁하는 대신 "이번 프로젝트를 다시 한다면 어느 부분을 바꾸고 싶니? 정리해서 낼래?"라고 물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같은 상황도 질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AI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답만 찾는 사람에게 AI는 검색기에 불과하지만, 질문을 바꾸고 토론하는 사람에게는 생각 확장기가 됩니다. 챗지피티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듯 의도를 전달하면 사용자의 뜻이 정교화됩니다. "세바시 사장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대표 이사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바로 '구범준'이라는 답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 방식의 혁명입니다.
## 증강 인간: AI와 함께 몇 배 강해질 것인가
이제는 본인의 능력 플러스 AI로 더해진 능력이 자기 능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Augmented human, 즉 '증강 인간'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박용후는 자신이 잘 웃지 못하는 사진을 제미나이 3.5 플래시에 "웃는 걸로 바꿔"라는 한 문장으로 변환했습니다. 심지어 오사카에서 아내와 찍은 사진에서 "옆에 있는 사람을 스티브 잡스로 바꿔"라고 하자 제미나이가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디자인을 마우스로 하는 시대는 끝나고, 이제 디자인은 말로 합니다. 그래서 어도비 같은 포토샵 회사의 주가가 반 토막 났습니다.
2018년에 나온 구글의 음성 예약 시스템은 미래의 징조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고객을 위해 여성 헤어컷을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5월 3일에 가능할까요?"라는 요청에 AI가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완료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프랑스어를 못 하는 사람도 프랑스 식당을 예약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다"는 말처럼 양면을 모두 봐야 합니다.
질문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물고기를 그릴 때 우리는 옆모습만 생각하지만, 일본의 한 달력은 물고기 앞모습만으로 매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듭니다. 붕어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가리를 먼저 먹을까? 꼬리를 먹을까?"만 생각하는데, 위에서 본 붕어빵은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관점을 입체화하고 질문을 다각화해야 우리가 못 보는 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뭐가 당연해질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담아야 합니다. 옛날에는 물을 사 먹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합니다. 버스 안내원이 없는 것, 현금을 쓰지 않는 것도 당연해졌습니다. 이 질문이 없으면 우리는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듯이 미래를 맞이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AI로 몇 배 강해질 것인가요? 3배? 10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강연은 사례 중심의 비유가 많아 구조적 위험이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깊이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검색기가 아닌 '생각 확장기'로 보라는 관점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실천 가능한 메시지입니다.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먹는 건 누구나 하지만 꾸준히 하는 건 아무나 못 합니다. 배달의 민족 창업자 김봉진 회장의 말처럼, 성공의 비결은 꾸준함에 있습니다. AI는 정보를 주지만 의미를 만드는 건 인간입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닫고, 발전하며 AI를 도구로 삼아 계산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생각의 주도권은 질문하는 인간에게 있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 세바시: https://youtu.be/7hFr51eO5tU?si=h0YwJ34ZTVB8OS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