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 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AI가 문과 전문직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습니다. 윌리엄 비치 전 미국 노동 통계국장을 비롯한 경제 석학들은 법조계, 회계, 세무 등 전통적 전문직이 더 이상 안전한 진로가 아니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자격증 보유자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으며, 이는 AI 도입과 과잉 공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를 직업의 소멸로 단정하기보다는, 역할의 재편과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 AI 도입으로 심화되는 전문직 취업난
윌리엄 비치 전 미국 노동 통계국장은 2026 전미 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앞으로 법조계로는 절대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로펌들이 법대 출신 신입 변호사를 더 이상 뽑지 않고 인공지능에 리서치를 시키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 예산 분석도 AI가 수행하고 있으며, 컴퓨터 시스템 디자인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도 아니고 기업 생산성은 10년 내 최고 수준인데 신규 채용만 20만 명 줄어든 상황입니다. 기업들이 코딩, 설계, 법률 리서치 같은 핵심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고용이 사라졌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공인 회계사회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가운데 수습 기관 등록자는 10월 말 기준 338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합격자 가운데 206명도 아직 미취업 상태입니다. 이른바 빅 회계법인은 매년 800명 정도의 신입 회계사를 뽑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업황이 침체하면서 회계 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줄었고, 일부 법인들은 업무에 AI를 도입하면서 신입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1,774명 가운데 대형 로펌에 취업하거나 신임 검사, 법원 재판 연구원으로 임용된 비율은 2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200여 명은 중소형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을 택하는데 이것도 경쟁이 치열해 대한 변호사 협회에서 연수를 받으며 취업 준비를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그동안 신입들이 했던 소장 초안 작성이나 법리 검토, 판례 찾기를 모두 AI가 대신해 주고 있어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회계업계에서도 4대 회계법인이 회계와 정산자료 대조를 수행하는데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신입 일자리가 축소되었다는 주장입니다.
## 과잉 공급과 구조적 문제의 복합 작용
전문직 취업난의 원인을 단순히 AI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합격자 수가 과잉 공급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외부 감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회계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위원회는 합격자수를 당시 800여 명에서 1,200여 명까지 대폭 늘렸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수요 예측이 실패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내년 선발 예정 인원을 50명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회계 법인들이 내년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20% 가량 줄이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장에선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링크드인 실시간 이력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때 코딩 등의 전문성으로 취업 보증 수표였던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의 2023년에서 2024년 취업 성과도 급락해 역사, 철학 전공자 그룹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리사 칸 로체스터대 교수는 빅테크가 채용문을 닫으면서 이공계 인재들이 하향 지원을 하고 입문 계층들은 결국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구축 효과가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AI는 사무직뿐 아니라 블루칼라의 일자리도 대체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호리건 전 노동 통계국 부국장은 저숙련 노동자에게 AI와 로봇은 인간을 완벽하게 갈아치우는 대체제일 뿐이라며, 공장 자동화와 물류 로봇 도입으로 단순 노무직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시먼스 뉴욕대 교수는 AI 도입 초기 프리랜서 작가 직업군은 임금이 10.2% 줄어드는 충격을 받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선 영업, 마케팅 직군 임금도 9% 줄어든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AI가 특정 직종만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24년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수는 2023년보다 모두 크게 늘었습니다. 업무 현장에 AI가 공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직업 소멸이 아닌 역할 재편으로 보는 현실적 대응 전략
이 보도는 AI가 문과 전문직의 일자리를 급격히 잠식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실제로 신입 변호사·회계사의 업무 일부가 자동화되며 채용이 줄어든 현상은 분명 구조적 변화의 신호입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사망 선고'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기술은 반복 업무를 대체하지만, 책임 판단, 윤리적 결정, 고객 설득처럼 고차원적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AI는 판례를 검색하고 초안을 작성할 수 있지만, 복잡한 법률 분쟁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거나 의뢰인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역할 재편과 과잉 공급 구조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실무 수습 규제 완화, 기관 확대 등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으며, 회계 법인뿐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까지 실무 수습 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전문직 종사자들은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업무를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 리서치나 데이터 정리는 AI에게 맡기고, 전략 수립, 협상, 창의적 문제 해결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교육 시스템도 변화해야 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회계학과 커리큘럼에 AI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기술 활용 능력을 포함시켜 학생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합니다. 또한 합격자 수 조정도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포를 증폭하기보다 교육, 선발, 수습 제도의 조정과 AI 활용 역량 강화라는 현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접근입니다. 전문직의 미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며, 이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개인과 사회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AI 시대의 전문직 위기는 직업의 종말이 아니라 역할의 전환기입니다. 기술이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 있는 판단과 윤리적 결정, 인간적 신뢰 구축은 여전히 전문가의 몫입니다. 과잉 공급 구조를 조정하고,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며, 교육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입니다. 공포보다는 능동적 대응이, 단정보다는 균형 잡힌 분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문과 전문직 '사망 선고' 내린 미 경제학자들 / SBS
https://youtu.be/g-FlIz6agPs?si=5i4oLp8SWvHzJYw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