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지금, 많은 이들이 코딩 능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 업스테이지 부대표로 활동 중인 손혜인 부사장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학부 졸업 문과생으로서 10년간 AI 업계에서 코딩 없이 살아남은 그녀의 전략은 기술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힘'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에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 비기술 전문가들이 어떻게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자기분석: 광탈에서 찾은 나만의 키워드
손혜인 부사장은 프랑스에서 그림을 시작해 예술가를 꿈꿨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안감에 기업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광탈, 즉 광속 탈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패는 역설적으로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회사의 질문이 아니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녀는 A4용지 한 장에 자신에 대한 키워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경영학 졸업'과 '그림을 좋아함'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발견했습니다.
이 키워드들을 조합해 '예술 경영'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그녀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만든 화가 협동조합에 인턴으로 지원하며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직업을 찾은 것이 아니라, 출근 일기를 쓰며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했다는 점입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다고 느끼고 무엇을 할 때 에너지가 솟는가, 그리고 어떤 일을 정말 힘들어하고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며 자신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 그녀가 진짜 잘하는 일은 사람을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기획하며 새로운 것을 실현해 가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나를 분석하는 힘이 바로 엔비디아 인턴 기회를 잡고 AI 시대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 있었던 유일한 밑천이었습니다. 손혜인 부사장은 이 경험을 통해 "컴퓨터를 이기려고 코딩하는 것보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잘하는 일을 정말 치열하게 찾는 것"이 10년간 AI 업계에서 코딩을 하지 않았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자신만의 전략이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AI 시대에 기술적 역량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이해와 자기 분석 능력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많은 이들이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기술 학습에만 몰두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혜인 부사장의 사례는 이러한 자기 분석이야말로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문제정의: 현장 전문가가 만든 AI 혁신
AI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손혜인 부사장이 소개한 비영리 후원 기관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기관은 후원 아동들의 손으로 쓴 감사 편지를 받아 후원자에게 전달하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파악해 새로운 후원 기획으로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손글씨 데이터를 번역하고 자료를 준비할 인력이 부족했고, 가장 시급한 아이들의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AI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후원 기획 담당자는 이것을 인력의 이슈가 아닌 다른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손글씨로 쓴 아이들의 편지를 AI를 통해 디지털로 전환하고, 그 전환된 데이터를 다시 AI로 아이들의 뉘앙스를 살린 내용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따로 프로그램으로 정리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후원자에게는 빠르게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편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기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들에게 빠르게 도움이 되어야 할 내용을 모아 좋은 후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 선생님은 AI 서비스가 초등학생들이 쓰기에는 용처나 내용 측면에서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AI가 만든 내용보다 사용 환경의 안정성이라는 교육자로서의 핵심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그 결과 오중 필터링 시스템과 모니터링을 갖춘 'AI for kids'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AI를 가지고 자유롭게 놀되 숙제 대필이나 악성 내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한 AI 놀이터를 만든 것입니다. 이는 어른으로서 놓칠 수 있는 안전이라는 문제를 교사로서 깊이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떤 문제에 적용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비평적으로 보자면, 이는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장 전문가의 통찰력이야말로 AI 혁신의 핵심 동력임을 시사합니다.
도메인전문성: 협업으로 완성된 실전 프로그램
손혜인 부사장이 소개한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기업 내 AI 혁신 팀의 이야기입니다. 업스테이지에서 운영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대체할 AI 만들기 워크샵'에서 금융 회사의 법률, 데이터 팀, 상품 기획 팀이 모인 한 팀이 있었습니다. 초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이 팀은 10분에서 15분이 아닌 30~40분을 소요했는데, 그 시간 동안 서로의 업무 병목 현상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법률 검토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데이터를 뽑아 달랬는데 아직도 안 왔다"는 식의 대화였습니다.
그러나 과제를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워야 했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세운 목표는 '데이터 기반으로 법적 안정성을 갖춘 상품을 빠르게 기획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자'였습니다.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의 도메인 전문성을 공유한 결과, 거의 700만 건이 넘는 고객의 청구 데이터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뽑아내서 가장 청구를 많이 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빠르게 상품을 만들며, 법률 검토를 할 때 비슷한 이전의 계약서와 상품의 계약서에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AI를 통해 빠르게 뽑아내는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세스는 AI 기술이 여러 병목 현상을 뚫어냈지만, 법률 전문가와 상품 기획 전문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복잡한 고려 사항이 집약된 결과였습니다. 손혜인 부사장은 AI 생태계를 식당 운영에 비유합니다. 예전에는 레시피를 가진 셰프들만 요리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 셰프들이 굉장히 좋은 AI 밀키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주방 안팎에 다른 역할을 하는 분들도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AI 모델을 가지고 학교와 기업, 더 나아가 사회에 안착시키는 역할 또한 중요해진 것입니다.
창업한 지 10년도 채 안 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국가의 AI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기술력도 좋지만, 팀 안에 법률, 인사, 마케팅, 사업, 엔지니어 등 각각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이 직무 안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원팀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라고 손혜인 부사장은 강조합니다. 이는 AI 시대의 혁신이 단순히 기술을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문제를 잘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한 안전이라는 문제를 정의했고, 비영리 재단 담당자가 도움의 확산이라는 문제를 정의했고, 기업 팀이 비효율적 협업이라는 현장의 문제를 정의한 것처럼, 각자의 도메인 전문성이야말로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결론: 사람 안에 있는 중심을 지키는 것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사람 안에 있는 중심입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펼칠 수 있고,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나만의 중심이라고 손혜인 부사장은 말합니다. 만약 그녀가 돌아가서 여전히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야만 AI 업계에서 살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없었을 것입니다. 각자의 본인만의 스토리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만의 답도 다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여러분만의 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 AI 시대의 진정한 생존 전략입니다.
[출처]
손혜인 업스테이지 부사장 강연: https://youtu.be/8UK7MJp2jFc?si=ut6NT2e2Ira68h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