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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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심리·자기계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일까?

by journal4712 202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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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존감 높은 사람은 자존감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서 걱정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말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존감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도 비교 때문에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달라진 것은 없는데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이 대단하게도, 초라하게도 느껴지는 경험이요. 그 흔들림이 외부 조건에서 오는 것이라면, 자존감을 높인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비교와 자존감, 그리고 겸손의 진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디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자존감이 결정된다는 역설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영국에서는 영어도 제일 못하고 공부도 친구들이 훨씬 잘했습니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상대적인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이쪽에 가면 우쭐해지고 저쪽에 가면 우울해지는 경험. 농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도 NBA 선수와 비교하느냐, 동네 초등학생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어디에 비교하느냐가 이렇게 우연적이고 쉽게 바뀌는 것인데 왜 우리는 여기에 목숨을 걸고 있을까요?

이 질문이 핵심입니다. 외부 비교에 자존감을 맡기는 한, 자존감은 언제나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직접 경험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다른 블로그와 비교를 하면 조회수가 훨씬 적어서 기운이 빠지고, 몇 년 전 자신과 비교하면 꽤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같은 블로그인데 어디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각이 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역설의 해결책은 비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교의 기준을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것입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 내가 설정한 목표와 비교하는 것. 외부가 제시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가 직접 설정한 기준으로 비교할 때 자존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가치관이 없으면 남들이 가는 줄을 선다

심리학적으로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으면 비교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남들 다 하니까 이게 뭔가 있나 보다 하고 따라가게 됩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어딘가 빠져나가는 길에 줄이 길게 서 있을 때 왠지 나도 저기 줄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같습니다. 내 목적지는 거기가 아닌데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에 많이 가는 곳을 선택하게 됩니다.

철학을 공부했을 때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선택한 것에 스스로 정당화를 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면 줄 막힐 일도, 비교할 일도 줄어듭니다. 나다움의 가치관이 부재하다 보니 자꾸 판단을 외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교는 나쁜 것이 아니다 — 문제는 거기에 너무 큰 의미를 주는 것

비교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동기 부여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안 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자신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과 비교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상대적 지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돈이나 외모가 가치 없는 것이 아닌데 그것이 받아야 할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부여받는 것처럼, 비교나 등수도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것 자체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2등을 하고 있는데 1등에 목을 매달면 설령 상대방이 다쳐서 1등이 됐어도 기쁩니다. 하지만 열심히 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 꼴등을 할 때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각을 얻게 됩니다. 비교는 나침반이지 목적지가 아닙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겸손이라고 하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남들의 미움을 덜 받는 기술, 사회생활 잘하는 방법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겸손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겸손의 핵심은 내가 남들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운동을 잘하든, 돈이 많든, 그것들이 나를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우월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 생각이 있으면 자기를 낮추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비행기에서 의료 비상상황이 생겼는데 겸손하다고 아 내 의술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도움을 안 준다면 말이 안 됩니다.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내 책이나 작업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떳떳하게 알리는 것이 맞습니다. 겸손을 위해 숨기는 것은 오히려 겸손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기를 낮추는 것도 너무 과하면 겸손이라는 덕목에서 벗어납니다. 기타 연주를 녹음해 두었는데 누군가가 누가 했어, 너무 좋다고 했을 때 알고 보니 내 연주였다면 그 말을 취소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좋은 건 좋고 나쁜 건 나쁜 것으로 일관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겸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한국 문화에서 특히 오해가 많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잘하는 것을 드러내면 잘난 척한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잘하는 것을 숨기거나 지나치게 낮추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씁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겸손인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진짜 겸손은 자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남들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상태입니다. 그 앎이 있으면 잘하는 것을 드러내도 오만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앎이 없는 사람이 자기를 과장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낮추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진짜 자존감 높은 사람은 자존감에 연연하지 않는다

진짜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그냥 열심히 합니다. 지금 여기서 내 순위가 몇이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지? 나는 얼마나 대단하지? 이것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는 자존감이라는 말을 생각하지도 않는데, 그 사람이 우리가 말하는 자존감 높은 사람입니다. 진짜 자존감 높은 사람은 자존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남들과의 비교에 연연하지 않고, 인정받는 것에 몰입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묵묵하게 가는 것. 이것이 겸손이 실질적으로 가져다주는 힘입니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와 시간 소모를 하지 않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할 수 있게 해줍니다.


3등주의 — 발전과 자존감의 균형점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표정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금메달은 기쁘지만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불안이 있고, 은메달은 저 한 명만 없었으면 내 것이었다는 질투심이 있고, 동메달은 아무 생각 없이 신나합니다.

꼴등에도 괜찮아라고 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최고가 되려 하면 너무 힘들고 자유감이 듭니다. 이 균형을 상징하는 개념이 3등주의입니다.

항상 최고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발전을 하는 와중에 자존감도 유지하는 균형 잡힌 목표 지점을 갖는 것. 살아가면서 그 기준점은 계속 바뀌겠지만 그게 바로 3등주의의 핵심입니다.

 

상태특징문제

1등 집착 성취했지만 불안, 뺏길까 두려움 지속 불가능한 압박
2등 집착 시기·질투, 상대 탓 감정 소모
꼴등 수용 편안함 발전 없음
3등주의 발전 + 자존감 균형 지속 가능한 성장

저는 이 3등주의라는 개념이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상위 노출에 집착하면 쓰는 것 자체가 재미없어집니다. 반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태도로 가면 성장이 없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는데 3등주의가 그 자리를 정확하게 잡아줬습니다.

제 생각에는 3등주의의 핵심이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느냐, 어제보다 더 깊이 생각했느냐. 그 작은 진전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많이 와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은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유지됩니다.


자존감을 동적으로 두는 법

자존감이 흔들릴 때 조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 우울할 때는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보고, 칭찬을 받아 우쭐해질 때는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다이어트 중에 초콜릿을 주면 싫어서가 아니라 버릇 나빠질까 봐 조심하는 것처럼, 칭찬이 달콤할수록 그 방향으로 더 발전하는 것에 에너지를 씁니다.

논문으로 상을 받으면 그 기념으로 논문을 하나 더 읽고 더 씁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라는 것에 머물기보다 그 방향으로 더 나아가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동적이면 미래의 나를 향한 희망이 되고, 지금의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동기 부여도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할 때 원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오히려 어렵습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찾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 가치를 찾으면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비교 때문에 흔들렸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자신만의 기준점을 찾아 흔들리지 않게 된 경험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이미지 출처: Pixabay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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