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서 "AI가 다 해주는데 굳이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특히 ChatGPT가 에세이를 대신 써주고, 알파기하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 이런 의문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AI가 발전하면 인간의 학습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정확히 반대입니다. AI 시대일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더 결정적인 경쟁력이 됩니다.
언어 능력이 사고력의 핵심인 이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강점은 바로 '언어 패턴 인식'입니다. 여기서 LLM이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주 등장하는 단어의 패턴을 파악하고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문장을 만드는 데 특화된 기술이죠.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AI에게 과제를 맡기면서 이 언어 능력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AI 활용이 학습 효율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사용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인이 업무 수행을 위해 AI를 쓰는 건 도구 활용이지만, 학생이 글쓰기 숙제를 AI에게 맡기는 건 운동하러 달리는 대신 차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카네기 멜런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의 사례를 보면, 그는 자녀 셋을 키우면서도 아이들이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10년 후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테니까요. 대신 그가 강조하는 건 '스스로 생각을 구체화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읽기, 쓰기, 의사소통, 논리 같은 언어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저 역시 프로젝트 기획을 할 때 AI에게 보고서를 대신 쓰게 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데 활용했죠. 예를 들어 새로운 시장을 분석할 때 AI에게 "이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와 최근 3년간 트렌드 변화를 근거 링크와 함께 정리해줘"라고 요청합니다. 정보는 AI가 모으지만,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전략으로 만들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이게 바로 사고력의 차이입니다.
암기형 교육에서 평가형 교육으로
과거 교육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험 범위 안의 유형을 모두 학습하고,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반복 훈련하는 방식이었죠. 이를 흔히 '문제 풀이 중심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창의성을 죽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수학 경시대회 준비는 많은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게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1980년대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교육자들의 증언은 다릅니다. 당시엔 교육 산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 하나하나를 온전히 '생각의 힘'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바로 사고의 유연성을 훈련하는 기회였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시험에 나올 만한 모든 낯선 문제를 미리 학습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창의적으로 생각할 기회는 잃게 됩니다. 2024년 알파지오메트리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6문제 중 4문제를 풀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는데요([출처: Google DeepMind](https://deepmind.google)), 이는 단순 문제 풀이 능력은 이미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솔직히 저도 학창 시절엔 문제 유형을 많이 외우는 게 실력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전혀 다르더군요. 프로젝트마다 상황이 달라서 정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뭘까?'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했죠. 그래서 이제는 답을 푸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처음 보는 문제를 푸는 힘
고등학생 면접을 진행할 때, 한 교육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학생이 그 문제를 처음 접했다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요. 그리고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는지 관찰합니다. 대부분 바로 풀지 못하면 힌트를 하나씩 던져주는데, 힌트를 얼마나 빨리 종합해서 해답을 찾는지가 바로 창의성의 척도라는 겁니다.
여기서 창의성(Creativity)이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처음 보는 문제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응용력이죠. 이는 단순히 많이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중학교 수학 경시 문제를 활용한 사고력 훈련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중학교 수학일까요? 학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핵심 과목은 대수, 기하, 조합론, 수론인데, 이 과목들만으로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에 충분하다는 게 교육자들의 판단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스택을 배울 때 튜토리얼을 따라 하는 것보다, 일부러 문서를 보지 않고 에러를 직접 해결해 보는 방식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처음엔 답답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처음 보는 문제를 푸는 힘'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중요한 건 평생 학원에 다니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어떤 수업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진짜 교육의 목표죠.
협력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법
AI가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인간의 유일한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전문 지식이나 기술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더 중요한 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곧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파트너가 되려면 진심으로 남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함께하려 하지 않겠죠.
한 교육 기업은 이 원칙을 명확히 세웠습니다. 고등학생에게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이 일을 학생 부모에게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어?"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면 시키지 않는 거죠. 이게 바로 윈윈(Win-Win) 구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단기 수익보다 장기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고객이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외면당합니다. 문제 해결은 공감과 관계에서 시작되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건 편향된 사고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기술엔 만든 사람의 편견이 들어갑니다. 지금 세상에는 Claude, OpenAI, Gemini, DeepSeek 등 몇 개의 거대 언어 모델이 있지만, 이건 사실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세상엔 75억 개의 관점이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쪽 정보만 보지 말고, 여러 출처를 교차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제가 뉴스를 볼 때 일부러 보수와 진보 매체를 함께 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같은 사건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만들 수 있거든요.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말할 땐 거기에 의도가 있으니까요.
정리하면,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AI를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줄 수 없는 것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처음 보는 문제를 풀고, 남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답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교육입니다. 이게 바로 더 사려 깊은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