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청년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만 실업률은 크게 변하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세대 간 문화 충돌, 그리고 AI 시대가 가져온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는 이를 "멸종위기 1급 토종문화 심리학자"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한국 사회 현상의 숨은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산업구조 변화와 청년 쉬었음의 구조적 원인
청년 쉬었음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의 니트족, 중국의 탕핑족, 일본의 사토리 세대 등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2025년 기준 약 2억 6,200만 명의 청년이 니트족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특정 국가 젊은이들의 개인적 성향이 아닌,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한민 교수는 과거의 실업이 경기 변동이나 특정 산업의 침체 같은 외부적이고 일시적인 이유로 발생했다면, 현재의 쉬었음 현상은 산업 구조 자체의 근본적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AI와 로봇 산업의 발달로 신입이나 5년 차 정도 경력자들이 해야 할 일들을 AI가 대체하면서 일자리의 물리적 물량 자체가 부족해졌습니다. 80년대 후반 서구 사회에서 제조업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니트족이 등장한 것처럼, 현재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까지 기계로 대체되는 2차 산업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사용자 비평이 지적했듯이, 이 영상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주거·복지 정책 같은 구체적 제도 요인은 상대적으로 덜 다룹니다. 실제로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을 넘어, 첫 직장 선택이 평생 경력을 결정하는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내가 쌓은 스펙과 실제 얻을 수 있는 직장 간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좌절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진 청년들은 5년을 취업 준비에 투자했는데 지금 포기하면 그 시간이 무의미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차라리 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나태가 아닌, 합리적 판단의 결과입니다.
세대 문화 전환과 워라벨의 양면성
청년 쉬었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문화 충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민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워라벨'이라는 개념이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전환되는 기점이었다고 분석합니다. 1980년대 '수출 100만 불'과 같은 국가적 목표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던 시대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적 목표가 개인들에게 더 이상 소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가와 취미 산업이 발달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한 세대 동안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워라벨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삶을 찾아야겠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였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각자 도생'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결합하면서 방어적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사가 평생직장이 아니라는 것을 목격한 세대는 "내가 야근하고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날 안 자를 것도 아니고, 내 성취가 그만큼 돌아오지도 않는데 왜 희생해야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너는 내가 겪었던 갑질 없는 좋은 곳에 가라", "부당함을 참지 말라"고 교육했습니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과거 세대가 참아왔던 조직 문화를 굳이 견딜 필요가 없다는 가치관을 형성했습니다. 2001년에 입사해서 주 6일 근무에 토요일 오후 '자유로운' 등산을 강요받던 시대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문화의 변화는 명백하며, 이는 민주주의 지수 상승과 직장 내 발언권 증대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사용자 비평이 강조했듯이, 압축 성장과 치열한 경쟁 문화라는 한국적 특수성도 중요합니다. 12시간 이상 공부하고 스펙을 쌓았지만 정작 원하는 수준의 직장을 얻지 못하면, 차라리 아예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는 20대에 이미 번아웃된 세대가 정작 사회에서 무거운 짐을 져야 할 때 이미 지쳐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율 감소와 1인 가구 증가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사회적 연대는 약화되고 초개인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워라벨이라는 단어의 양면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고용 없는 미래와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재편
한민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쉬었음 인구 증가가 가정의 붕괴,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나라를 떠받칠 근본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청년이 쉬면 부모가 일해야 하고, 부모가 쉬면 또 누군가는 일해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다면 가정은 지탱될 수 없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의 좌절이 커지면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사회가 유교적 도덕 잣대로 유지되어온 측면이 있는데, 삶이 어려워지면 그런 것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카페에서 핸드폰을 놔둬도 안 가져가는 것이 자랑거리지만, 몇 년 후에는 그것을 훔쳐 팔아야 할 사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혁명 당시와 달리, 현재의 기술 변화는 사람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 당시에는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공장 일자리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무직까지 AI가 대체하면서 인간이 필요한 새로운 산업 분야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민 교수는 고용의 시대가 끝나고 완전히 개인의 시대로 넘어간다면, 회사가 대규모 고용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이 경제의 주체가 되는 산업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영업이 아니라 개인이 산업 자체를 만들어내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사용자 비평이 지적한 것처럼, 이 영상은 위기 진단을 넘어 실질적 정책 대안까지 제시했다면 더 입체적이었을 것입니다. 한민 교수는 속도 조절과 충격 완화를 위한 국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복지 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는 상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각국이 각자 도생하고 대화를 단절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새로운 질서 구축이 부재하다는 점도 더 큰 위기 요소입니다. 과거에는 전환점마다 새로운 국제 질서가 구축되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못하거나 쓸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영상은 청년 쉬었음 현상을 개인의 나태로 치부하지 않고, 산업 구조 전환과 문화 변화의 결과로 해석하며 구조적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니트, 탕핑, 사토리 세대를 역사적 맥락에서 연결하고, 압축 성장과 개인주의의 이중성을 균형 있게 다룬 점도 설득력을 높입니다. 다만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를 다소 단선적으로 원인화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주거·복지 정책 같은 구체적 제도 요인을 더 깊이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쉬었음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없는 이 현상은 2030을 넘어 모든 인류가 고민해야 할 '고용 없는 사회'라는 미증유의 과제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doydv0ZhVEc?si=80XYumcy7dDaoz9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