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빼앗아 가는 생각하는 능력 — 취향 지능이 최후의 무기인 이유
시간을 아꼈다고 생각하는 사이 우리의 뇌는 깊이 있게 문맥을 파악하고 정보를 능동적으로 종합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 줄 요약이 익숙해지고 쇼츠가 편해질수록 긴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더 힘들어집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변화를 느낍니다. AI로 초안을 잡고 구조를 잡는 것이 편해질수록 처음부터 혼자 생각의 흐름을 만드는 능력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편리함의 대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늘은 AI 시대에 인간이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지켜야 할 최후의 무기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 성인 28%가 10세 아동 수준의 독해력이라는 충격
2023년 OECD가 발표한 조사를 보면 한국 성인의 28%가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하지 못하는 10세 아동 수준의 독해력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반면 복잡한 시사를 분석하고 자료를 보고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 고급 수준의 독해력을 가진 성인은 단 7%에 불과했습니다. OECD 평균인 14%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미국의 인권 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노예도 글을 가르치면 마음대로 부릴 수 없습니다. 글을 읽고 문맥의 이면을 파악하는 언어력은 단순한 교양이 아닙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세상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한 권력입니다.
이 무기를 잃어버린 세대는 결국 누군가 요약해준 얄팍한 세 줄 요약에 의존하며 알고리즘의 수동적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28%라는 숫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세대에서 깊이 있는 독해력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빠른 정보 소비가 당장은 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대가가 생각의 근력이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독해력이 단순히 읽기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그것을 잃으면 다른 누군가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만 보게 됩니다.
생각의 근력을 잃어버린 대가는 취업 시장에서도 뼈아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AI는 증폭기다 — 기본기 없는 신입이 AI를 만나면
AI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 지팡이가 아닙니다. 인간이 이미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역량, 즉 천연 지능을 증폭시켜주는 확성기일 뿐입니다.
기본 역량이 2인 신입과 역량이 5인 숙련된 시니어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들에게 똑같이 AI라는 10배의 증폭기를 달아주면 신입의 결과물은 20이 되지만 시니어의 결과물은 50이 됩니다. 원래 3이었던 격차가 AI를 만나면서 무려 30으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채용 데이터를 보면 AI가 출시된 이후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정작 청년들의 일자리인 주니어 채용 공사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반면 시니어 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용 시장의 K자형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증폭기 비유가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두를 동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오히려 더 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기본기의 중요성이 AI 시대에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지금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기업은 AI가 증폭시켜줄 수 있는 기본기를 가진 사람을 원하는데, 그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AI만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서로 남의 회사 경력만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기본기 있는 인재가 그만큼 귀하기 때문입니다.
AI 환각 45% — 누가 거짓말을 걸러내는가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AI의 환각 현상입니다. 2025년 10월 BBC 발표에 따르면 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AI가 내놓은 응답에 무려 45%의 크고 작은 오류가 섞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뉴스 기사를 주고 원본 출처를 찾아보라는 실험에서도 60% 이상의 확률로 엉뚱한 출처를 다는 치명적 결함을 보였습니다.
시니어는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AI의 환각을 정확히 짚어낼 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기가 없는 주니어는 AI가 지어낸 거짓말에 소가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신입을 가르치고 오류를 잡아낼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이 45%라는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AI가 틀린 것을 알아차리려면 그 분야의 기본기가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역설적으로 기본기의 가치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능력은 AI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이해에서 나옵니다.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 결과물을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취향 지능 — AI가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최후 보루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흥미로운 선언이 나왔습니다. 취향이 실리콘밸리를 집어삼키고 있다. 과거엔 기술력만 갖추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 몇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AI가 복잡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뚝딱 짜줍니다. 코딩이라는 기술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AI가 다 알아서 해줍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질문은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세상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제품의 기능이 아닙니다. 그 제품이 담고 있는 세계관, 스토리텔링, 디자인, 브랜드 즉 미학적 생태계입니다.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의 화풍으로 고양이 그림을 만들어낸 사용자는 단 열 개의 영어 단어만 입력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예술적 지식이 이미 그 사람의 머릿속에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김재인 교수의 말이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우리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안에 다양한 지식이 원재료로 축적되어 있다가 그것들이 우연히 연결되면서 불꽃처럼 튀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때 비로소 창의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취향 지능이 단순히 명품을 고르거나 유행을 따르는 피상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뾰족한 미학적 기준을 세우고 알고리즘의 수동적인 추천을 거부하며 스스로 선택의 주체가 되는 고도의 지적 능력입니다.
독일 철학자 니체가 인간의 가장 고유한 능력으로 평가하기를 꼽은 것도 이 맥락입니다. 무가치한 돌멩이를 보고 이건 보석이야라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 AI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데이터의 노이즈 속에서 자신만의 일관된 맥락으로 유의미한 신호를 골라내는 안목. 이것이 취향 지능입니다.
로스트 테크놀로지 — 달에 사람을 보냈던 나라가 지금 못 하는 이유
과거 달에 사람을 보냈던 미국도 지금은 그때와 똑같은 우주선을 다시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문서로는 남아 있지만 현장의 암묵적 노하우가 사라져버린 현상을 로스트 테크놀로지 현상이라 부릅니다.
AI에게 인간의 사유를 내어주면 우리 역시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편리한 세상.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리의 인지 능력을 갉아먹는 치명적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 문서는 있지만 현장 노하우 소멸 | 정보는 있지만 깊이 있는 독해력 소멸 |
| 달 우주선 재제작 불가 | 복잡한 글 스스로 분석 불가 |
| 암묵지 전수 단절 | 사고력 세대 간 전수 단절 |
저는 이 로스트 테크놀로지 비유가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 단순한 편의 개선이 아니라 인지 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번 사라지면 되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편리함을 쫓을수록 편리함의 노예가 되고 불편함을 감수할수록 편리함의 주인이 된다는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하는 과정의 불편함을 AI에게 넘겨줄수록 그 능력이 우리에게서 사라집니다.
역설 —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AI 없이도 잘하는 사람
역설적이게도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AI 없이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입니다.
AI는 날개입니다. 하지만 날개는 발이 땅을 힘껏 박차고 뛰는 자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뛰어야 합니다. 그러면 AI는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뇌도 근육이다 — 고통을 거쳐야 생각이 내 것이 된다
우리 삶에서 진짜 내 것이 된 것들은 모두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땐 무릎이 까졌고, 처음 악기를 배울 땐 손가락이 아팠고, 처음 누군가를 사랑할 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그 고통들이 지나고 나서야 자전거는 내 몸의 일부가 됐고 음악은 내 언어가 됐습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망이 찢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생각이 내 것이 됩니다. AI가 그 과정을 대신해주면 편하지만 그 생각은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나의 작품이 언제 완성됐다고 선언할 것인가? 이른바 마감의 미학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기계가 할 수 없는 오직 인간 창작자만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취향 지능이야말로 AI가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최후 보루입니다.
여러분은 AI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어떻게 지키고 계신가요? 취향 지능을 키우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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