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된 지 불과 3년, 우리는 이미 ChatGPT에게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물어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빅테크 중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며, 한국이 150년간 의존해온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경고합니다. 세계화 시대의 종말과 함께 벤치마킹할 대상도, 가르쳐줄 선진국도 사라진 지금, 한국은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벤치마킹 시대의 종말과 한국의 착시현상
한국은 산업화를 150년 늦게 시작했지만, 70년대와 80년대 압축 성장을 통해 놀라운 발전을 이뤘습니다. 김대식 교수는 이를 "수능 시험을 오픈북으로 본 것"에 비유합니다. 답안지가 이미 존재했고, 그것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누군가 답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착시현상이 헬로스네이션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AI 시대에는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Chat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불과 3년 만에, AI는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러나 AI를 특정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모릅니다. 금융, 콘텐츠,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AI 적용 사례는 2년밖에 되지 않았고, 누구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자꾸 벤치마킹할 곳을 찾으려 하지만,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한국이 패스트 팔로우를 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는 발전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중공업 시대에는 5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AI에서의 5년은 중공업의 50년에 해당합니다. 둘째, 세계화 시대가 끝났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선진국들이 기술을 가르쳐주고, 유학생을 받아주고, 시장을 열어줬습니다. 하지만 2025년 1월부터 시작된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30년만 예외였고,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셋째, 헝그리 정신을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습니다. 부모 세대는 일주일에 150시간을 일하며 개인의 행복을 희생했지만, MZ 세대에게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서도 안 됩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예상치 못한 위기
김대식 교수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빅테크 중 절반 정도가 사라지거나 순위에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장 위험한 기업으로는 애플과 메타를 꼽았습니다. 애플은 디자인 중심의 기업으로, 기술력보다는 디자인 판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플의 전 임원인 에디 큐조차 "애플이 10년 내로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증언할 정도로 위기감이 감돕니다.
메타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오픈소스 AI인 라마로 생태계를 장악하려 했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마3와 라마4의 성능이 개선되지 않고 있고, AI 팀의 인력이 너무 자주 교체되면서 안정성을 잃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메타가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루이지애나에 짓고 있는 하이페리온 데이터 센터는 면적이 맨해튼 크기이며, 원자력 발전소 다섯 개가 필요한 5GW 규모입니다. 경단위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하드웨어도 없고 디바이스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5년을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엔비디아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패권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GPU 하나에만 의존하는 편식 구조가 문제입니다. ChatGPT가 등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딥시크가 등장하여 계산량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자 주가가 추락했습니다. 황젠쉰 CEO가 전 세계를 다니며 깜부 치킨을 먹으면서 AI 하이프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엔비디아가 가장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라클도 위험합니다. 오픈AI와 계약을 많이 체결하여 이론적으로는 막대한 매출이 예상되지만, 당장 빚이 너무 많아 위험한 상황입니다.
피지컬AI와 한국의 숨겨진 경쟁력
한국 정부가 엔비디아로부터 26만 장의 GPU 구매 기회를 얻었지만, 이는 단순히 엔진만 얻은 것과 같습니다. GPU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고, 원자력 발전소 두 개와 100조 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는 그만한 GPU 수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의 GPU 수요는 100MW 정도인데, 기가W 규모의 인프라를 만들면서 동시에 수요도 창출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해답이 있습니다. 바로 피지컬AI입니다. 피지컬AI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형태를 가진 AI를 말합니다. 로봇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물병을 잡는 것도 인간에게는 쉽지만, 로봇에게는 물병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위치를 찾고, 인버스 키네마틱 계산을 통해 관절 값을 계산하고, 무게를 측정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로보틱스도 학습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은 키 173cm의 아르바이트생들을 채용하여, 로봇의 눈높이로 고글을 끼고 장갑을 끼고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학습시킵니다.
여기서 한국의 기회가 있습니다. ChatGPT가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30년간 인터넷에 글과 그림, 영상이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움직임 데이터가 없습니다. 이 데이터를 지금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알바생들로 학습시키지만, 제조업에서 로봇을 제대로 쓰려면 숙련공이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울산과 창원에 수십 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 숙련공들이 아직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제조업이 거의 사라졌지만, 한국에는 비행기, 배, 반도체는 물론이고 종이빨대와 김치 공장까지 제조업이 살아있습니다.
이 베테랑들이 은퇴하기 전에 나사 조립, 용접 등의 움직임을 고글을 끼고 가르쳐주면, 그 데이터는 한국만이 가진 독점적 인터넷 데이터가 됩니다. ChatGPT는 공개된 데이터로 학습했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었지만, 피지컬AI 데이터는 우리가 암호화하고 거래 조건을 붙일 수 있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미국은 GPU로, 중국은 배터리로 협상하는데, 한국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인들의 움직임 데이터로 피지컬AI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면, 이것이 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업을 유지한 것이 갑자기 가장 큰 기회가 되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김대식 교수의 경고와 제안은 위기감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지금까지 간과했던 강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발견하도록 돕습니다. AI는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번 주말에 바이브 코딩을 해보라는 그의 조언은 실천 가능한 첫걸음입니다. 벤치마킹 시대가 끝난 지금, 한국은 먼저 하는 수밖에 없으며, 피지컬AI와 숙련공 데이터는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빠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3oIL71er4YI?si=ew8JrwxlFJic3P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