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서 뭐가 다른데?"라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단순히 풍경이나 음식이 다른 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프랑스에서 10년간 언어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한 학자의 경험담을 들으며, 저 역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문화적 습관일 뿐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63세에 유튜브를 통해 뒤늦게 대중에게 알려진 정일영 박사의 이야기는 단순한 유학 경험담을 넘어, 교육과 삶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프랑스식 토론 문화와 논리적 사고방식
프랑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 설명을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주위 어른들이 끝까지 설명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서, 다툼이 생겨도 주먹이 아니라 말로 해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육하원칙이란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여섯 가지 요소를 의미합니다. 저도 학창 시절 작문 시간에 배웠지만, 실제 대화에서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예능보다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말이 나오면 몇 시간이고 논쟁이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논리를 검증하는 과정입니다([출처: 프랑스 문화원](https://www.france.or.kr)).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의 도덕성을 먼저 따지지만, 프랑스에서는 정치적 능력을 우선시합니다. 미테랑 대통령의 경우 혼외자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히는데, 이는 "대통령은 직업일 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가 부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문화의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동체를 중시하고 위기 상황에서 하나로 뭉치는 힘이 강합니다.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인 예시죠.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개인의 불편을 참지 못하고 즉각 파업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각자의 역사와 환경에서 형성된 차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교육 제도와 암기 중심 학습의 한계
한국의 교육 제도는 오랫동안 암기 위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정일영 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못해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깨달은 건, 자신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교육 방식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암기력(memorization)이 떨어지는 사람도 논리적 사고력이나 창의력에서는 뛰어날 수 있는데, 우리 교육은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암기력이란 정보를 단기간에 머릿속에 저장하고 재생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프랑스에는 엘리트만 진학하는 그랑제콜(Grandes Écoles) 같은 특수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평등하지 않다"며 비판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인정합니다. 대신 일반 국민들이 판단 능력을 키워서 엘리트들이 함부로 못하게 감시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도 잘못하면 비판하는 문화가 뿌리 깊습니다([출처: 유럽 교육 연구소](https://www.eurydice.org)).
저도 학창 시절 암기 과목을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학은 그나마 논리가 있어서 따라갈 수 있었지만, 역사나 사회는 단순 암기 위주라 고생했죠. 그래서 지금도 "공부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다만 우리 교육이 완전히 틀렸다기보다는, 다양한 재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주의 문화와 남의 일에 대한 태도
프랑스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입니다. 주소를 쓸 때도 자신이 사는 동부터 시작해서 구, 시, 나라 순으로 적습니다. "내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기본이죠. 이는 민족 개념이 약하고 여러 인종이 모여 만든 국가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월세의 70%를 보조해주는 알로카시옹(Allocation) 제도를 운영합니다. 세금의 상당 부분을 이런 복지에 쓰는데, 이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합니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장점도 있지만, 과도한 간섭이나 악플 문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일영 박사는 "내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데, 왜 굳이 상처를 주는가"라고 반문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절대 참지 않습니다. 파업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양쪽 문화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공동체 의식은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프랑스식 개인주의는 자유롭지만, 사회적 연대감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함께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일영 박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생에서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63세까지 대학 강사로 조용히 살다가 유튜브를 통해 갑자기 주목받게 된 그의 경험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게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용기가 생깁니다. 그가 강조하는 "늦기 전에 효도하자"는 메시지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부모님이 계실 때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후회 없는 삶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